스페인의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의 정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기차를 타고 1시간 정도 가면 인구 1만명 정도의 엘 에스코리알(El Escorial)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과다라마 산맥의 동쪽 기슭 해발 1030m의 고원에 위치하고 있는데 숲으로 둘러싸인 유럽의 관광 피서지이다.

엘 에스코리알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5분 정도 가서 10분 정도만 걸어가면 이 마을의 상징인 왕립 산 로렌소 데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Royal Monastery of San Lorenzo de El Escorial)이 나오는데 보통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이라 불린다. 마드리드에 있으면서 잠깐 시간이 남아 찾아 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인데 쉬는 날이었다. 상심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다행히 밖에서 이곳 저곳의 정원이 다 보여 입장하지 않고도 정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수도원의 규모에 비해 정원은 작은 편이지만 세계 유명 정원의 목록에 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은 수도원 뿐만 아니라 스페인 왕실의 궁전, 성당, 영묘, 박물관, 도서관, 미술관, 학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페인의 황금시대, 펠리페 2세는 프랑스군을 격파한 1557년 8월 10일의 전승 기념으로 궁전 겸 수도원 건축을 계획하여 왕궁의 건축가에게 건축을 지시하였는데 1563년에 시작하여 1584년에 완성되었다. 순교자 산 로렌소를 기념하기 위해 그의 화형 도구였던 직사각형의 석쇠 모양으로 건물을 설계했다고 하는데 남북 207m, 동서 162m인 직사각형의 부지 위에 그라나다에서 운반해 온 화강암을 쌓아올려 건축했다고 한다. 건물의 네 귀퉁이에는 커다란 탑을 세웠고 성당은 로마의 산피에트로 대성당을 본떠 가운데 높이가 약 90m에 이르는 둥근 천장이 있는 정사각형이다. 이전의 시대와는 달리 균형잡힌 기하학적 형태와 장식을 최대한 절제한 이 건축물은 반세기 이상 스페인 건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규모와 정밀도를 자랑하는 건축물로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주소 분실)

수도원으로서는 세계 여덟 번째의 규모인 이 건물 안에는 방 300개와 안뜰 16개, 회랑(cloister) 15개가 있다. 수도원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회랑은 '전도자들의 안뜰'을 둘러싸고 있는데, 상하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전도자들의 안뜰'은 세계에서 가장 큰 정원식 안뜰 중 하나로 하얀 대리석으로 조각한 사도들의 동상이 서 있다. 정원은 '전도자들의 안뜰'에서 남쪽과 동쪽 앞뜰로 확장되어 있다. 수도원의 정원들은 한겨울에도 쾌적한 산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조성되어 있다.

정원을 사랑하는 필립 2세는, 전문 정원사들을 불러 정원을 가꾸었는데 회양목으로 경계를 친 밝은 색깔의 화단은 "다마스쿠스에서 온 고급 양탄자"처럼 보였다. 오늘날에는 꽃없이 회양목을 교차해서 만드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수도원을 둘러싸고 있는 왕의 개인적인 정원, 수도사의 정원, 요양 갤러리(The Convalescents' Gallery)와 같은 여러 정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출처: 구글 이미지( 주소 분실)



출처: 구글 이미지( 주소 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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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도원에는 1974년 창립된 산 로렌소 수도원 소년합창단이 공동 생활을 하면서 음악 교육을 받고 있고 수도원 내부의 카를로스 3세 왕립극장은 일류 예술가를 초청하여 많은 콘서트를 한다. 매년 8월 10일 산 로렌소의 날에는 성대한 행사와 투우가 거행된다. 인터넷 사이트(http://www.sanlorenzoturismo.org/)를 클릭하면 엘 에스코리알의 관광지로서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동영상이 화면에 펼쳐지는데 왕궁과 수도원의 정원을 엿볼 수 있다.

가든인 2015년 7월호 게재

가드닝,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 정원, 스페인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