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의자, 벤치, 선베드, 해먹(hammock), 그네, 아버싵(arbor seat)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생기기 전인 어린 시절에는 나도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에 살았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핀 라일락 향기에 취해 따뜻한 봄볕을 쬐며 창가에 기대 앉아 삶의 아름다움에 감동하곤 했었고 인생이 항상 꽃피는 봄과 같았으면 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이 생기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또는 현실을 잠깐 벗어나야 할 때면 조언자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장소를 떠올려 보라고 한다. 눈을 감고 내가 가는 그 곳은 세상의 시름과 슬픔이 없는 천국과 같은 정원이다. 꽃으로 가득 찬 정원에 놓인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은 책을 읽다 따사로운 햇빛을 느끼며 벤치에 기대 잠깐 졸고 있다. 벤치 한 쪽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있고 정원에는 꽃향기가 가득 차 있다. 시간은 멈추어 있다.
정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나만의 꿈은 아니다. 빈 공간에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면 잠깐 걸터앉는 등받이 없는 의자만으로도 기쁘다. 그러다 정원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게 되면 등받이도 있고 다리를 올려 옆으로도 기댈 수 있는 긴 벤치가 편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다 보면 드러누워 하늘을 볼 수 있는 선베드가 제일 좋다는 것을 느낀다. 외국의 이곳 저곳 정원을 가보면 곳곳에 선베드를 배치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개인 정원 외 공공정원에 선베드를 배치하는 것을 보기 힘들다. 그런데 작년에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많지는 않지만 선베드를 배치하여 박람회를 둘러보는 사람들이 누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을 보았다. 2년 전, 평택 AK Plaza 옥상에서 컨테이너 가든 전시를 하면서 컨테이너 옆에 선베드를 여러 개 배치하였다. 낮에는 물론 해질 무렵과 저녁에 꽃 옆에 배치된 선베드는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선베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해먹(hammock)은 나무 사이에 걸어야 하는데 작은 정원에 매달 수 있는 나무를 찾기 힘들어 저렴한 가격에도 많이 이용되는 편은 아니다. 해먹을 지지할 수 있는 지지물까지 포함된 해먹이 있으니 선베드를 구입할지 해먹을 구입할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독일 정원 의자 겸용 선베드
영국 아버싵
영국 벤치
영국 선베드
영국 벤치
영국 정원의자
영국 정원의자
영국 정원의자
영국 정원의자
영국 정원의자
정원의 목재 의자나 벤치는 방부목으로 제작되지 않으면 1년만 지나면 썩기 시작한다. 8년전 쯤에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 1인용 정원의자를 국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기에 구입해 정원에 배치하였다. 그랬는데 1년만에 썩어버려 왜 가격이 저렴한 지 알게 되었다. 티크로 만든 의자나 벤치는 잘 썩지 않아 오래 가기 때문에 좋은데 너무 비싸다. 8년 전쯤에는 티크 벤치를 판매하는 곳이 없어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보았던 바나나모양의 티크 벤치를 외국에서 수입했는데 그 때는 한 개 120만원에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국내에서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누가 벤치 한 개를 100만원에 살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저렴한 목재라면 페인트를 칠해 썩는 것을 막아야 하는데 페인트도 시간이 지나면 들고 일어나기 때문에 1-2년에 한번씩은 다시 칠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목재가 불편하면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엮어 바구니처럼 짠 재질로 만든 가벼운 의자도 좋다.
정원에서 벤치보다 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그네가 있다. 학교의 실습정원에 그네를 배치해두었는데 정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인기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 보니 툭 하면 망가진다. 또 목재라 무거운 편인데 한번은 태풍에 넘어가버려 햇빛가리개 지붕이 부서졌다. 방부목으로 만든 그네도 페인트칠을 해 썩는 것을 막고 정원에 어울리는 색으로 바꾸어주면 더 효과적이다.
앉을 자리와 덩굴식물을 올릴 수 있는 지주와 가벼운 지붕을 함께 만든 아버싵(arbor seat)은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되는데 국내에는 별로 이용되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벤치와 결합된 모양이 많은데 영국에서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아버싵 또는 아버벤치(arbor bench)라는 이름으로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아직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마지막 삶은 정원이 있는 주택에서 보내고 싶다. 이왕이면 정원의 선베드에서 장미향기를 맡으며 생을 마감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돌아가 이번 생은 행복했었고 만족스러웠다고 삶의 소감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오스트리아 선베드
오스트리아 그네
한국 벤치
오스트리아 해먹
프랑스 정원 의자
영국 해먹
프랑스 작은 정원의자
2014.9월호 가든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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