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초화류 디자인

학생 실습을 위한 식물을 구매하기 위해 20년 동안 화훼도매시장을 다녔다. 매년 4월에는 실내용 분식물 디자인 실습을 위해 관엽식물과 다육식물을 구매하는데, 화훼시장 매장에서 녹색의 관엽식물은 점점 줄고 그 자리를 꽃피는 초화류가 점유하고 있다. 올해는 급기야 소형 관엽식물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이곳 저곳 찾아다녀야 할 정도였다. 이러한 현황은 농림수산식품부의 화훼생산 통계를 보아도 알 수 있다. 2002년만 해도 전체 화훼생산액의 7% 밖에 되지 않던 초화류가 2010년에는 16%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많은 초화류는 어디에 이용되고 있을까?

녹색의 관엽식물 만으로도 충분한 기쁨을 주던 시절은 지났다. 사람들은 화려한 서양란을 거쳐 다육식물, 허브류, 식충식물, 수생식물까지 여러 특성의 식물을 다 섭렵하고 이제 화려한 색으로 꽃을 피우는 초화류에 끌리고 있다. 대부분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화분에 담긴 초화류를 실내로 가져가지만 실내에서 오래 견디지 못하는 것을 알게 되고, 베란다로, 창가로, 옥상으로 화분을 가져간다. 그리고는 정원의 토양에 심는다.

초화류는 화분, 화단, 목본식물 하부식재, 지피식물, 그리고 다양한 양식과 목적의 정원 식재용으로 이용된다. 한국의 실정상 아직 초화류는 대규모 조경의 지피식물로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강한 자생식물을 중심으로 자료가 정리되어 있고 화훼시장에도 이러한 목적의 초화류가 많다. 그러나 정원이 있는 단독주택 거주자가 적은 한국에도 최근 초화류 식재가 많은 영국 등 외국 정원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초화류는 이제 지피식물 이상의 역할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는 것 같다. 이웃나라 일본도 초화류 열풍이 분지 오래 되었다. 한국은 이제 시작이다.

초화류 중심의 정원을 디자인하다 보면 초화류를 선정하기 쉽지 않다. 지피식물로서의 자료는 많으나 정원의 주요 구성물로서의 초화류 선정을 위한 지침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손쉽게 초화류 선정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영국 식물도감을 참고하면 대부분 한국에 없는 식물이다. 화훼시장 조사와 함께 한국의 식물도감이나 종묘회사 또는 원예회사의 카탈로그, 그리고 인터넷 자료를 참고로 초화류를 선정해도 구매를 위해 화훼시장에 가면 그 식물들은 생산되지 않거나 소량 생산된 것들은 벌써 팔려 버리고 없다. 또 필요한 식물을 한개 화훼시장에서 다 살 수 없다. 그런데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교통비와 구매 후 운반을 위한 운임이 많아지니 한 곳에서 구매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미리 주문해도 그 판매장에 있는 식물만 구입하게 된다. 그래서 소규모 정원 대부분은 흔히 보던 같은 꽃으로 식재되고 있다.

정원디자인은 정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전개될 수 있으나 요약해보면 정원 소유자 또는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여, 양식(style)을 정하고 토양과 관련된 식재환경을 조사하고 어떤 역할의 식물을 이용할 지 식재계획을 세우고, 색채를 이용해 분위기를 조성한다 식재 계획에서 식물은 공간의 용도, 식재 환경 그리고 시각적인 특성에 따라 선정되는데, 시각적으로는 전체 정원의 그림에 따라 식물의 형태, 색채, 질감의 미적인 특징을 고려하여 개별 식물과 식물군을 조합하여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적인 특성이 반영된 정원 디자인을 위한 초화류 관련 자료는 부족하다. 아직까지 초화류 관련 자료는 지피식물로서 생태적으로 적합한 식물을 적소에 배치하고 재식하기 위한 자료가 대부분이다,

여러 가지 참고 자료를 토대로 정원 디자인시 초화류를 선정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체크리스트는 먼저 용도를 화분, 화단, 목본식물 하부식재, 지피식물, 그리고 다양한 양식과 목적의 정원으로 구분하고, 식재지 환경을 토양, 광, 수분, 바람 및 온도로 분류하여 그 정도를 표시하도록 하였으며, 초화류는 다년초를 중심으로 일년초, 구근류, 그리고 그래스류(대나무, 사초류, 골풀류 포함), 암석원식물, 수생식물로 나누어 표시하도록 하였다.

시각적인 특성은 1) 형태, 초장 2) 초폭, 식재간격, 식재수량 3)질감 4) 화색 5) 개화기와 예외적으로 6) 향기로 나누어 살펴보고 실용적인 측면에서 기준을 정하였다. 초장을 고, 중, 저로 나누어 초장마다 흰색, 분홍, 빨강, 보라, 파랑, 은색(회색), 녹색, 노랑, 오렌지색의 9개 색으로 구분하여, 화색별로 선정된 초화류의 개화기 또는 월별 색변화를 표시하도록 했다. 또한 선정된 식물은 m²당 식재 수량을 표시하여 초폭을 고려하도록 했으며, 부가적으로 질감 차이를 3단계로 그리고 향기 여부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체크리스트는 정원디자인시 초화류 선정을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기준표로서 실용적인 목적으로 구성하였으며 디자이너에 따라 쉽게 변경할 수 있다. 체크리스트를 참고로 초화류 자료가 정리되고 초화류가 생산되면 좋겠다. 초화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금보다 더 커지고 초화류 생산액이 더 증가하면 초화류 디자인을 위한 체계적인 지침이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월간원예 2012년 5월호에 여러 사진과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상세한 자료는 아래 논문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손관화. 2012. 정원 디자인을 위한 초화류 선정 체크리스트 제시.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 15(1):4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