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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화교수의 가드닝     

정원에서의 시간들

손관화교수 | 2020.06.01 10:21 | 조회 6885

맑은 공기, 적절한 온도, , 햇빛과 그늘, 향기, 새소리, 고양이.......

 

토요일,

아무도 없는 학교의 정원에서 느긋하게 잔디 깎고 제초하고, 관수호스 설치하고

음악을 틀어놓고 차도 마셔가며

 

풀들로 가득 찬 퇴비장도 정리하고.....

 

그동안 너무 바쁘게 힘들어하며 정원일을 했는데 오늘만큼은 천천히 교수실과 정원을 오가며 5월의 온도와 공기를 음미하였다.

 

온라인 수업으로 한 학기를 마무리하게 될 줄은 몰랐다. 교수실에서 ppt 파일로 설명을 하다 스마트폰과 삼각대를 들고 정원으로 가서 라이브로 실습강의를 한다. 키친가든에 채소 묘도 심고 창고에서 오벨리스크도 찾아와 세우고, 플라워가든에 빽빽하게 자란 다년초를 솎는 시범도 보인다. 학생들이 등교할 날만 기다리다 너무 커버린 미국미역취, 자주잎좁쌀풀, 특히 줄기가 굵은 키다리 루드베키아는 내 힘으로 잘 뽑히지 않는다. 햇살이 강한 정오쯤에 계속 뽑으면서 설명을 하다 현기증이 났었다........

 


 

코로나로 학생들이 없는 실습정원의 관리는 고스란히 내 몫이 되었지만, 사람들이 퇴근한 조용한 5월의 정원은 꽃들이 만발하고 향기와 산소가 가득 차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정원일을 한다. 잡초를 뽑고 있으면 두더지 잡으라고 챙겨주는 유기고양이들이 옆에서 같이 있어준다.

 

몇 년 있으면 퇴직을 해야 하는데 실습정원 관리에서 벗어나게 되겠지만 5월의 정원에서 보내는 이 시간들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하는데........

 

2년 전에 지인들과 지리산에서 열리는 명상 모임에 갔었고 피아골 깊은 곳에서 명상을 하던 중, 명상의 깊이가 깊은 한 분이 말씀을 하셨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름다운 향기가 쏟아지면서 꽃의 요정들이 찾아 와 힘들게 정원을 가꾸며 꽃들이 피도록 도와주는 내 손에 감사의 입맞춤을 해달라고,.... 그리고 늙고 몸이 아프더라도 계속 꽃을 가꾸어 달라고 했다는데...(나는 이런 수준이 안되어 직접 느낀 것은 아니니.....믿거나 말거나)

 

눈물이 마구마구 쏟아졌다...... 여름 정원관리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 말들 때문에 마음이 다 녹아내려 버렸다.

 

그 후.... 가끔씩 그 때 상황을 생각해보면서, 학교 실습정원은 학생들과 내가 관리하기에는 크지만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데 큰 정원들과 식물원들을 운영하는 사람들, 또는 대규모 화훼농원을 하는 사람들은 나랑 비교되지 않을 만큼 꽃들의 요정에 감사를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요정과 데바들이 나오는 핀드혼 가든 이야기에 매료되어 먼 스코틀랜드 핀드혼가든까지 간 적이 있었다. 식물성으로만 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잘 지내다 왔지만 초창기 핀드혼 가든과는 달라 원했던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정원일이 힘들다는 소리는 이제 그만하고, 천천히 속도를 조절하면서 그리고 좋은 계절에 집중하면서 정원에서의 행복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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