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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관화교수의 가드닝     

정원은?

손관화교수 | 2018.06.24 14:16 | 조회 10311

가뭄 때문에 관수하러 나온 일요일의 학교는 방학이라 학생들이 다 떠나 오랜만에 조용했다. 어제는 ()정원문화포럼 심포지움이 있어 서울을 다녀오는 바람에 학교에 오지 못했다. 올봄에는 비가 자주 와 지난 2년간 겪은 봄가뭄이 없어 좋았던 것도 잠깐, 늦봄부터 시작된 푹푹 찌는 더위 속 가뭄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누런 잔디 풍경을 만들어버렸다.

 

학생들이 실습정원 관리를 하지 않아 여름방학 전 마무리를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 학교에서 정원관리한 지 한달이 넘었다. 다행이 지난 주 마무리를 했는데 오밀조밀 만들어놓은 작은 정원들 때문에 스프링클러를 다양하게 사용해야 해 비오기 전까지는 계속 정원을 관찰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한 학기동안 관수 연습한 화분의 토마토 100개를 정리해야 되는데 익어가는 토마토를 차마 베어버리질 못해 물을 주고 있다. 점적식 자동관수장치를 설치해야 하나 베어버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토마토를 정리하지 않으면 주말에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원은 직접 가꾸면서 즐길 수 있는 적정 크기의 정원을 소유한 사람과 정원사를 고용할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 그리고 잘 꾸며진 정원을 방문하여 이용하는 사람들만이 정원의 높은 가치를 실감할 것 같다. 직업적으로 이러한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사람들은 즐거움을 넘어선 생계유지를 위한 노동이기 때문이다.

 


 

정원은 행복이다.

 

가드닝 전공을 개설하면서 정원에 대한 열정으로 다양한 실습정원을 만들었고 정원의 꽃들에 마냥 행복했다. 그러면서 여름방학에도 교수가 실습생과 직접 정원관리를 하였다. 관수와 잔디깎기는 물론 잡초의 특성과 제초 체험을 위해 1000평을 관리한 것이다. 그러나 매년 반복되는 위로 옆으로 자라는 잔디 깎기와 제초는 가드닝의 재미를 줄이고 있었고 땡볕에 탄 까만 얼굴은 겨울이 되어도 희어지질 않아 학생들은 내 피부색이 까만 색인줄 알고 있었다. 비온 뒤 제초는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닌데 모기와 개미, 벌들의 공격은 좀 더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정원은 관리다.

 

어느 날 여름방학 실습정원에 학생을 배정할 수 없는 교육부 방침이 내려왔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루에 한명씩 나와 정원관리를 하기로 했다. 2-3년 정도는 학생들이 실습정원에 대한 애정을 보였으나 에어컨 속에서 자란 신세대 학생들에겐 어려운 일이었다. 교수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정원관리를 하다 새로 부임한 총장님의 도움으로 제초 인력 예산을 받았고 학교 전체 잔디깎을 때 같이 해주는 도움도 받게 되었다. 당연히 가뭄시 관수는 내 몫이었다. 관수타이머를 설치해도 펌프 압력 변화와 기타 여러 문제로 결국은 사람이 조정을 해야 했다.

 

정원은 돈이다.

 

그런데 그저께 약 150만원 정도 되는 여름 방학 제초 인력 예산이 없어졌다는 얘기에 사비로 할 생각을 했다. 매년 반복되는 정원 관리, 특히 여름 정원 관리는 정원의 즐거움이 아니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힘든 노동이기 때문이다. 예초기를 잘 다루는 잔디깎기 전문가들이 우리 실습정원을 다듬고 지나가면 뒷정리만 하면 되니 그날은 정말 기분좋은 날이 되었다. 그러다보니 정원사가 있는 부유한 사람들의 정원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원은 조성 후 관리하지 않으면 몇 달만에 망가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속적 유지를 위한 정원은 구조물 중심으로 만들고 식물은 다시 심으면 되지라고 하는데 나는 정원의 중심은 식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식물을 잘 유지하려면 관리 인력을 위한 돈이 든다.

 


 

어제 ()정원문화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정원은 행복이다에서 정원은 관리다그리고 지금은 정원은 돈이다라고 생각한다는 얘기를 하면서 참석한 자원봉사하는 시민정원사들에게 부정적인 얘기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13년째 경험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현실적인 얘기를 하고 싶었다. 그러다 내 얘기에 빠져 여기저기서 생기는 정원박람회나 공모전이 식상하다는 얘기를 했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충분한 배경설명을 못해 오해를 산 것 같다.

 

관리하지 않는 정원, 사후 관리비가 없는 정원, 그래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정원을 만들어 일시적 쇼를 하는 정원은 발전가능성이 없고 돈만 낭비하는 것이며 국가에서 돈을 지원할 때만 잠깐 반짝하다 끝나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강한 내 발언에 토론자 한 분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정원은 돈이 든다가 아니고 돈이 된다라며 정원을 잘 만들어 까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정원이 있는 까페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계속 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정원은 돈이 되게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취미로서의 가드닝과 직업적인 측면에서의 가드닝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에어컨 속의 디자이너와 현장에서의 정원시공자, 관리자의 근무환경은 많이 다른데 자기가 하는 일에 따라 가드닝에 대한 생각들이 다 달라 서로 오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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