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아홉가지 색 초화류

일년에 두 번 정도 꽃 관련업체의 초화류 식재 디자인 심사를 하러 간다.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초화류 식재에 대한 디자인 개념은 부족하다. 디자이너가 초화류를 선정해서 배치할 때는 어떤 의도가 있을 텐데, 왜 이 장소에 이 꽃들을 이러한 모양으로 심는지에 대한 설명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정상 아직 초화류는 대규모 조경의 지피식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아 생태적으로 적합한 식물을 적소에 대량으로 식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강한 자생식물 중심으로 선정되거나, 화려한 꽃이 피는 초화류는 일년초 중심으로 계절별로 가로변 화단에 식재하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꽃박람회와 같은 행사에는 전시기간동안 그 시기에 구할 수 있는 꽃이면 별다른 고려 사항 없이 식재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규모 정원용으로 초화류를 아름답게 식재하는 방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얼마 전에 4계절 정원을 조성하는 업체에서 초화류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연락이 왔다. 매년 계절별로 화단의 꽃을 바꾸는데 그동안 초화류를 너무 단순하게 심었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초화류를 식재하고자 미적 감각이 있으면서 초화류를 잘 아는 사람을 구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것 같다고 하였다.

초화류는 다년초와 일년초를 구분하여 식재하는데 지속성을 필요로 하는 정원의 초화류는 다년초가 중심이 된다. 다년초 중 특성이 뚜렷한 다년초는 분리하여 구근류, 고사리류, 그래스류, 암석원식물, 수생식물로 구분한다.

초화류를 선정할 때는 공간의 용도와 식재 환경, 그리고 시각적인 특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초화류는 화분용, 화단용, 목본식물 하부식재용, 지피식물용, 그리고 다양한 양식과 목적의 정원용으로 이용되는데, 토양, 광, 수분, 바람 및 온도별로 그 식재 환경의 특성에 맞는 식물을 선정해야 한다.

초화류의 시각적 특성은 ① 형태 ② 초장 ③ 초폭 ④ 질감 ⑤ 화색 ⑥ 개화기 그리고 예외적으로 ⑦ 향기까지 7가지 항목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 실용적인 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장, 화색, 개화기이다. 초화류의 형태도 중요한 시각적 특성이지만 정원에서 군식하는 초화류는 개별적인 형태보다 초장이 더 중요하며 초장, 화색, 개화기를 만족하는 식물들 중 다음 단계로 형태나 질감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정원에서 초장은 대부분 고ㆍ중ㆍ저로 나누는데 다년초냐(고: 120cm 이상, 중: 60-120cm, 저: 60cm 이하), 일년초냐에 따라 나누는 기준 높이가 달라지고 또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라 다르게 기준을 정할 수 있다. 초폭은 형태와 함께 고려할 요소로서 초화류의 수량을 결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초화류의 시각적 특성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화색이다. 초화류의 중심은 꽃이고 꽃은 색을 의미한다. 꽃의 색은 무수히 많으나 사람 눈에 잘 뜨이고 많은 색을 가진 꽃을 중심으로 색을 구분하는데 사람마다 화색을 나누는 기준은 다르지만 외국에서 가장 흔하게 나누는 초화류의 화색은 은색(Silver), 흰색(White), 녹색(Green), 노랑(Yellow), 주황(Orange), 빨강(Red), 분홍(Pink), 보라(Purple), 파랑(Blue)의 9개 색이다. 또한 이들을 화색이라 표현하지만 이 중 은색은 잎의 색이며 최근 육종되는 초화류는 꽃 외에도 잎색을 중심으로 육종된 것들이 많아 노랑, 녹색, 보라는 잎의 색까지 포함한다.

외국에서 화색을 설명할 때는 12색상환을 참고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12색상환은 1차색인 빨강, 노랑, 파랑과 이들을 서로 혼합한 2차색인 주황, 녹색, 보라와 1차색과 2차색을 혼합한 3차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 이러한 색에 흰색을 혼합한 명청색(tint)과 검정을 혼합한 암청색(shade)을 포함한 색상환도 있다. 9가지 화색은 빨강, 노랑, 파랑의 1차색과 2차색인 주황, 녹색, 보라의 6가지 색과 빨강의 명청색인 분홍을 중심으로 그 색들의 여러 명청색과 암청색, 그리고 인접색을 포함하고 있다. 12색상환 외 흰색과 은색(회색)의 색이 있는데 은색은 라벤다, 램스이어, 산톨리나, 패랭이 등의 잎색이다.

국내에서 식물의 화색을 표현할 때는 식물도감마다 색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파랑과, 보라, 자주의 색이 혼동된 경우가 많고 외국의 참고자료도 비슷한 상황이다. 화색은 정확해야 할 필요는 없으나 대략 어느 범주의 색에 포함시켜야 할지 고려해서 초화류의 꽃과 잎의 색을 이용해 월별로 정원의 색을 원하는 방향으로 연출해보자.

아직 국내에는 화색 분류에 대한 공통된 기준이 없고 초화류의 색과 관련한 식재디자인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지만 화색을 고려한 디자인에 대한 시도가 조금씩 시작되고 있다. 아래 색을 참고로 초화류를 이용할 때 초장, 화색, 개화기의 특성을 고려한 디자인을 해보자.

초화류의 아홉가지 색

은색* (Silver)
흰색(White)
녹색*(Green)
노랑*(Yellow)
주황(Orange)
빨강(Red)
분홍(Pink)
보라*(Purple)
파랑(Blue)

가든인 2014년 1월호 게재

참고논문:

손관화. 2012. 정원 디자인을 위한 초화류 선정 체크리스트 제시.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 15(1):42-60.

손관화. 2013. 국내 정원용 다년생 초화류의 생육 특성별 화색, 초장, 개화기 분류. 한국인간식물환경학회 16(6):383-400.

초화류, 다년초, 가드닝, 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