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영국에서 2010-2011년 가드닝 연수를 할 때 영국 가든 디자인 교육을 알고 싶어 Oxford college of garden design의 단기코스를 신청했다. 1년 학위(diploma) 과정을 들어가기 전 내가 가든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코스로 전체 가든 디자인 강의를 축약해서 소개하는 강의이다. 7시간씩 4일간 진행되는 이 강의는 옥스포드에 있는 대학에서 하지 않고 헨리온템즈(Henly-on-Thames)라는 작은 시에 있는 이 학교의 학장이고 가든 디자이너인 던칸 헤더(Duncan Heather)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4일 강의가 500파운드(약 100만원)였다.

던칸 헤더의 집은 시 외곽에 있어 헨리온템즈의 한 가정집에서 숙박하면서, 남의 차를 얻어타면서.... 어쨌던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신청한 사람들은 변호사, 수의사, 건축가, 주부 등 다양한 이력의 성인들로 변호사와 수의사가 가든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꾸겠다고 와 있었고, 불경기에 해고된 스페인 건축가가 가든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와 있는 등, 한국에는 상상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던칸 헤더는 유명한 가든디자이너 존 부룩(John Brookes)의 제자이고 그를 무척 존경하는 것 같았다. 던칸 헤더는 조경 교육을 잘 받아 주어진 정원 디자인을 위한 접근 방식이 체계적이고 공간의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정원을 디자인하는 신진 디자이너였다. 그러면서 정원을 자연과 예술과 어떻게 연결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첨부사진은 던칸 헤더의 집인데 정원이 약 2에이커(약 2500평)이다. 가족은 부인과 개 2마리, 그리고 고양이 2마리였다. 정원은 주택을 중심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과 정원 주변의 느슨한 숲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원에는 주택에 부착된 작은 온실이 2개 있고 주택의 테라스와 연결된 작은 연못이 있으며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의자, 대형 화분들을 잘 배치해 실외 거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옆뜰은 키친가든을 만들어 채소와 꽃이 가득 차 있었고 키친 가든 한 켠에 닭장을 만들어 닭을 키우고 있었다. 키친가든에는 빗자루나 물조리, 화분 등의 정원용품을 장식물처럼 잘 배치해 두었다.

꽃으로 가득 찬 정원 곳곳에 편안하고 아름다운 의자와 벤치, 그리고 독특한 정원 조형물을 배치하여 가든 디자이너의 정원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도 정원을 직접 가꾸는 가드너로서 나무에는 새모이통이 걸려있고 나무 아래에는 벌통이 있으며 정원 구석에는 세 개로 연결된 퇴비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살포하지 않고 퇴비상자에서 썩힌 퇴비를 다시 정원에 뿌리면서 정원을 기름지게 하였다. 중심의 정원에서 벗어나 숲으로 들어가면 연못이 있고 연못가엔 대형 식물인 군네라(Gunnera)가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직접 정원을 디자인하고 정원을 가꾸는 꿈같은 정원생활을 즐기는 가든디자이너 겸 가드너의 정원이다.

가든인 잡지 2013.8월호에 게재

가든 디자인, 가든 디자이너, 가드너, 가드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