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초화류의 질감에 따른 시각적 효과

정원 디자인시 초화류의 시각적 요소 중 질감(texture)은 화색과 개화기 그리고 초장을 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면 뒤로 밀리게 되어 고려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개화기에만 보이는 초화류의 화색을 연중 유지하기는 어려우므로 비개화기에는 형태나 질감으로 시각적 효과를 유지해야 한다.

질감은 물체를 손으로 만져 느껴지는 촉각의 느낌과 직접 만지지 않고도 경험에 의해 느껴지는 시각적 질감을 동시에 말한다. 그래서 질감을 ‘거칠다’, ‘매끈하다’, ‘반짝거리다’, ‘투박하다’, ‘부드럽다’, ‘딱딱하다’와 같이 여러 가지로 표현하는데 대체로 ‘거칠다’와 ‘부드럽다’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식물의 잎이 크고 두꺼우면 질감이 거칠게 느껴지고 잎이 작고 얇으면 부드럽게 느껴지며 전체 형태를 만드는 줄기의 굵기와 배열에 따라서도 질감은 달라진다. 또 여러 식물이 동시에 배열되어 있을 때는 개개 식물의 형태에 따라 질감이 달라진다. 시각적 질감은 거리에 따라 달라져 가까이서 볼 때 거칠게 느껴진 질감이 멀리서 보면 부드럽게 느껴질 수 있다.

정원 디자인에서 질감, 특히 초화류의 질감은 크기나 색만큼 뚜렷해 보이지 않지만 섬세한 차이를 보이며 정원에 다양성과 변화감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다. 정원 디자인시 질감을 고려할 때는 식물의 질감과 식물 외 재료의 질감을 동시에 고려하는데 전체 디자인의 질감을 비슷하게 만들지만 구성 내에서 질감을 조절할 때는 서로 반대의 질감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 방법으로 질감을 구성한다.

꽃밭에서 안개초나 댑싸리, 로벨리아와 같이 질감이 고운 것끼리만 모우면 단조롭고, 머위나 병풍쌈과 같이 잎이 커서 질감이 거칠어 보이는 것끼리만 배열해도 너무 위압감을 느낄 수 있으니 서로 섞어 주면서 개개 식물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질감은 식물 전체의 형태나 잎의 형태와 연관되어 있어 식물을 고를 때 형태와 동시에 고려해 볼 수 있다.

봄의 병풍쌈

봄의 박새

부드러운 질감의 안개꽃

꽃피고 있는 우산나물

그래스류의 질감

영국에서는 2000년 이후 자연을 대상으로 환경과 관련된 예술의 구현을 희망하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플라워쇼의 가든 디자인에 참여하였고 자연스러움을 나타내는 식재에 관심을 보이면서 자연스러운 효과를 높이기 위해 초화류를 많이 사용하면서 색상 중심에서 질감 중심의 디자인 경향을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 국내에는 초화류를 식재할 때 화색을 고려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질감을 고려한다는 것은 미래의 얘기같지만 거친 질감을 보여주는 큰 잎을 가진 다년초 몇 종류만 정원에 배치해도 비개화기에 볼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일년간 지속적으로 한택식물원을 다니면서 정원에 도입하면 좋을 것으로 보이는 질감이 거친 다년초 몇 가지를 체크하였다. 그 중 병풍쌈, 우산나물, 박새, 나도승마, 도깨비부채, 갯취, 큰천남성 등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영국에는 이국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주기 위해 군네라(Gunnera)를 이용하는데 병풍쌈은 군네라만큼 독특한 느낌을 만들면서 꽃도 피고 연중 지속적으로 형태를 유지하는 멋진 식물인 것으로 보인다. 잎이 크기 때문에 작은 정원에는 한두 포기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머위

나도승마

털수염풀(Stipa tenuissima)의 부드러운 질감

잎이 돋아나고 있는 관중

백합 줄기의 선에 의한 질감
  

관중과 청나래고사리, 고비와 같은 고사리류(ferns)도 정원에서 독특한 질감을 주지만 습하지 않은 곳에서는 썩 잘 자라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그래스류(grasses)의 줄기와 잎의 질감은 정원에서 다른 초화류와 전혀 다른 질감을 만들어내므로 식재계획에 포함하면 좋을 것 같다. 아직 국내에는 정원에서 꽃이 중심인 다년초와 그래스류를 혼식해서 이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꽃만으로 가득 찬 정원보다는 그래스류가 혼식된 꽃밭은 색과 형태 뿐 아니라 멋진 질감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그래스류는 씨가 흩날려 그 다음해 싹이 돋아나면서 잔디밭이나 정원을 망쳐버리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하코네클로아(Hakonecloa)의 질감

가든인 2014. 6월호 게재

정원, 초화류, 질감, 가드닝